"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이 단순한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취미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 실제로 다양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취미가 없다고 느끼는 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취미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원인을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 심리적 번아웃, 무기력과 자기정체성의 희미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현대사회는 너무 바쁜 세상, 여유가 사라진 삶
현대인의 하루는 촘촘하게 짜인 일정표로 가득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와 공부, 사람과의 관계, 디지털 정보의 폭풍 속에서 우리는 ‘멈춤’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구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미를 갖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성과 중심 사회, 시간의 단가화 경향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효율을 요구합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고, 느끼는 대신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압박이 취미까지도 생산성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인스타에 올릴 만큼 잘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취미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게다가 SNS와 유튜브를 통해 타인의 완성도 높은 취미생활을 접하게 되면서 비교심리가 생기고, ‘나는 저 정도는 안 되니까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취미는 있어야 하는데, 시작은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취미를 위한 조건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결국 사람들은 점차 취미를 포기하거나, 시작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치고 불타버린 마음, 번아웃이 만든 공허함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아무것도 즐겁지 않아요.’ 이 말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심리적 번아웃(Burnout)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20~40대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취미조차 의욕이 나지 않는 상태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번아웃은 오랜 시간 누적된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정서적 소진에서 비롯됩니다. 외부적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면에서는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여력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취미를 찾아야지'라는 생각은 있지만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또한, 번아웃 상태에서는 기존에 즐기던 취미조차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예전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해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즐거움을 주던 것들이 더 이상 의미 없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번아웃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히려 새로운 자극이나 회복의 장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취미조차 선택할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번아웃은 ‘취미 결핍’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 속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무기력과 정체성의 희미화
‘나는 뭘 좋아했더라?’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취미가 없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없다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흐려졌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역할을 부여받고, 비교당하고, 평가받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욕망이나 즐거움을 외면하게 되고, 오히려 사회가 인정하는 방식의 성공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무기력감이 채웁니다.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그 상태가 반복되면 새로운 자극조차 부담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어떤 활동을 시도하는 것조차 두려워지고, 취미 없는 상태는 더 고착화됩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의 영향으로 즉각적인 만족과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깊이 있는 취미를 키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내심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미는 본래 속도와 성과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중시해야 하는 활동이지만, 현대인은 그것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미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없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사회와 개인이 처한 구조적·심리적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나에게 맞는 취미'를 찾고,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취미는 사치가 아닙니다.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뿌리이며, 무너질 때 나를 다시 세워주는 작은 기둥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좋아하니까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 10분이라도 나만의 취미를 위한 시간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작고 느린 시작이, 번아웃과 무기력의 고리를 끊고 진짜 나를 다시 찾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